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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원近園 김용준 선생의 수필을 읽다보니, 선생이 인용한 글 한 구절이 아름다운 문자향文字香으로 다가와 잔잔한 감동으로 내 마음에 자리잡는다.

선생이 수원시화隋園詩話라는 책에서 인용한 글인데, 내용은 다음과 같다. 옛날에 곽휘원郭暉遠이란 사람은 고향의 아내에게 편지를 부칠 때, 그만 실수로 써둔 편지 대신 백지白紙를 넣어 보냈다. 얼마 후 그 아내가 그에게 답시答詩를 보내왔는데,


벽사창하계함봉(碧紗窓下啓緘封)

척지종두철미공(尺紙從頭徹尾空)

응시선랑회별한(應是仙郞懷別恨)

억인전재불언중(憶人全在不言中)


뜻인 즉, 다음과 같다. 벽사창에 기대어 님의 글월을 받자오니 처음부터 끝까지 흰 종이 뿐이오라,

이는 아마도 님께서 이 몸을 그리워 하심이 차라리 말 아니하려는 뜻을 전함이신듯 하여이다.

생각컨데, 오히려 비어있음으로 가득한 문자향文字香을 느꼈던 그 아내의 고절高絶한 품성도 아름답거니와, 편지 대신 백지를 보낸 곽휘원의 실수도 참 아름답게 여겨진다. (아름다운 실수라고 할까) 진정한 사랑이란 필시 이런 것이리라...

가볍고 부박浮薄한 사랑만 요란스레 포장되는 이 시대에,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지 자문自問해 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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